시의 구름과 AI
N최근의 한 논의를 통해 오래전 읽었던 단편 소설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기술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어느 외계 신이 인간 시인들을 능가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본성에 걸맞은 일을 저질렀습니다. 시란 결국 단어들의 조합에 불과하므로, 가능한 모든 단어의 조합을 저장하기만 하면 이미 쓰인 모든 시는 물론, 앞으로 쓰이게 될 모든 시까지 당연히 그 안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이 궁극적인 집필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그 신의 저장 칩은 온 항성계를 빽빽하게 뒤덮었습니다. 마침내 가능한 모든 시가 저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신은 '모든 시'를 썼지만, 그 거대한 더미 속에서 좋은 시를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좋은 시를 내놓아야 할 때 그가 해야 하는 일은 결국 실제 인간 시인이 하는 일과 다르지 않음이 드러났습니다. 무수히 많은 단어 조합 중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단 하나를 골라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무슨 수를 써도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시를 소유하고도 여전히 단 한 편의 좋은 시도 쓸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저장 칩들이 없더라도, 가능한 단어 조합의 공간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I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델의 잠재 공간이 '가능한 모든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능한 모든 단어의 조합이 이미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이나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신과 시인은 동일한 가능성의 바다 앞에 서 있습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느냐입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하나를 골라내는 것, 그 바다가 종이 위에 적혀 있든, 칩에 저장되어 있든, 아니면 모델의 가중치 속에 압축되어 있든, 예술은 언제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일어납니다.